오리온 자리를 찍다
지난 번 글에서 한번 예고 했듯이, 화각이 유독 작아, 달도 한번에 못찍는 Mars-C II 행성카메라로 뭘 찍을 수 있겠냐는 말에 제미나이의 한마디 "렌즈를 쓰세요
CCTV렌즈로 별을 찍는다고??? - 26. 1. 1. (수) 첫번째 CS Mount 렌즈 촬영
지난 번 글에서 한번 예고 했듯이, 화각이 유독 작아, 달도 한번에 못찍는 Mars-C II 행성카메라로 뭘 찍을 수 있겠냐는 말에 제미나이의 한마디 "렌즈를 쓰세요"에 영감을 얻어 5-50mm CS Mount의 CCTV렌즈를 2만 몇천원 가격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고, 드디어 왔다.
그 첫날 밤...드디어 오리온 자리 별자리를 찍어보았다. 최대 광각, 최대 개방으로 놓고, 초점만 살짝 잡아서 이번에는 AstroDMX Capture라는 앱을 이용해서 촬영을 해보았다.
얼추 나오기는 했는데, 아뿔싸...천정 부근을 지나는 상현달의 여파로 핑크빛 동심원 형태의 플레어가 생겼다. 그래도 별자리를 촬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 그런데 이거 찍을 때 진짜 힘들었다. 왜냐하면 삼각대 설치를 못할 상황이다보니 수년 째 방치되고 있는 고릴라포드를 끄집어내서 베란다 난간에 묶고 촬영을 했는데 고정도 잘 안되고, 앱 사용도 서툴렀다.
26. 1. 2. (금) 2차 시도
그 사이 새로운 스틸 삼각대가 도착했고, 높이도 높아 이번에는 좀더 제대로 촬영을 시도해보았다.
여전히 난간쪽으로 붙이지 못하고 거의 40cm 가량을 후퇴해서 촬영해야 했지만, 삼각대가 짱짱하고 볼헤드 사용이 더 수월하여 촬영하기에 좀더 나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카메라와 맥북을 연결하는 USB 케이블이 플랫형임을 착안하여, 베란다 창을 (완전히는 아니지만)최대한 닫고, 방안에서 라이브 스태킹을 목격하면서 촬영에 임해본다.
꽤나 Quality가 올라가기도 했고, 내가 장차 가고자하는 EAA(Electronically Assisted Astronomy) 컨셉을 간단하게 나마 실현해 본 첫번째 순간이었다.
다음 번에는...
진정한 EAA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촬영 환경을 좀더 개선해야 한다. 특히나 베란다 쪽은 정 남향이므로 한밤에 몇가지 대상들을 노려볼만한 좁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시야가 있다. 사는 곳이 아파트 2층에 길 건너에 다른 아파트가 있어 여러모로 쉽지 않지만, 스텔라리움 앱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CS렌즈로든 망원경으로든 촬영할 대상들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1) 그런데, 문제는 좀더 베란다 난간 근처까지 렌즈를 뺄 수 있어야 천정 근처 시야도 간신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긴 Vixen style dovetail plate를 구매할 것이다. 우선은 최장으로 440mm로 주문을 했는데, 앞쪽으로 카메라와 볼헤드까지 올리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 뒷 부분을 뭘로 잡을 지 고민이 좀 필요하다.
2) 또한 그게 겨울이든 여름이든 기상 여건과 벌레 유입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베란다 내측 창은 반드시 닫아야한다. 그럴려면 결국 적어도 베란다 내에서는 standalone처럼 촬영이 되어야 한다. 결국 원격으로 이동(hopping)을 하기 위해 가대에 (망원경이 아닌) 카메라와 렌즈를 장착해야 하고, 컨트롤을 위한 미니피씨가 한대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은 Aoostar N1 Pro (N100)으로 주문을 넣었다. 잘 알려지고 기능이 좋은 컨트롤, 촬영, 보정 앱들이 대부분 윈도우 기반이라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초기 세팅만 베란다에서 직접 준비를 하고, 창문 개방 후에는 문 닫고 방으로 쏙 들어와서 맥북이나 휴대폰 또는 태블릿을 활용해 RDP(원격조정)를 하는 것이다. 이게 되면, 나중에 필드에서도 차안이나 텐트 안에서 편하게 라이브 스태킹으로(e.g.,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또렷해지는 딥스카이의 모습) 천체(사진)를 실시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상으로 이동도 당연히 버튼하나로 하면 되는 것. 진정한 EAA로 가는...
3) 2번 까지는 지극히 경위대 가대에서 (추적은 되도) 상이 회전해버리는 30-60초의 한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왜냐하면 내 가대는 여전히 경위대 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 노출을 과연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느냐, 정확히는 할 대상이 있고, 내가 거기까지 할 실력이 되느냐를 봐야 하는데...아직까지 여기까지는 가지도 못했기 때문에 AZ-GTi를 적도의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부품 구입은 여전히 보류다. 그 사이에 날이 풀려 야외에서 사진을 촬영할 여건이 되면...어쨌든...기대해 봄직하다.
결국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적도의로 가야할 것임을 알고 있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말그대로 빌드업이 되어가면서 갖춰져야 함을 알고 있다. 그렇게 쌓여가는 경험의 시간 없이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실력이 얼마나 꾸준히 진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이게 참 재밌다. 이렇게 삽질하고, 알아가고, 배워가는 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