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하늘을 보다

아마도 이번이 생애 세 번째였을 것이다. 강원도 밤하늘을 제대로 본 것이... 가장 처음은 2000년 2월 태기산이었을 것이다. 천문동아리 생활 2년만에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말로만 듣던 그 태기산을 갔고, 정말 잘봤는데, 돌아오는 길에 교통 사고를 내는 바람에 모든...

강원도 하늘을 보다

아마도 이번이 생애 세 번째였을 것이다. 강원도 밤하늘을 제대로 본 것이...

가장 처음은 2000년 2월 태기산이었을 것이다. 천문동아리 생활 2년만에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말로만 듣던 그 태기산을 갔고, 정말 잘봤는데, 돌아오는 길에 교통 사고를 내는 바람에 모든 추억이 저편으로 넘어가 버렸던...그리고 나서는 동기들과 한번 더 계방산 고갯길 같은 곳에서 모였는데, 뭔가...많이 못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후로는 글쎄...뚜렷이 기억에 남는 강원도 관측의 기억이 없다. 

작년 11월 망원경을 구입한 이후, 사실 계속해서 언제나 강원도를 가볼 수 있을까 타진을 해왔다. 그러나 날씨가 안 좋거나, 예약이 꽉 찼거나, 월령이 너무 안좋거나 등 여러가지 이유로 못갔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금 계방산 쪽을 알아보는데, 다행히 오토캠핑장 캐빈하우스 숙박이 비어있었고, 덜컥 예약부터 했다. 그런데 막상 며칠을 남기고 와버린 감기 몸살. 아이들에게는 이미 이야기를 다 해놨는데...그리고 날씨 예보 또한 구름한점 없을 거라고 하는데...사실 이럴 때 쓰는 궁금의 필살기가 있기는 하다. 집 앞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 말미에..."선생님, 수액 한방 놔주실 수 있나요?" 주사바늘을 통해 주입되는 아세트 아미노펜의 힘으로 몸살기를 잡고는 약을 챙겨 먹으며 결국은 다녀왔다.

숙소 도착: 계방산 오토캠핑장 캐빈하우스B

숙소는 전형적인 숲속의 집 스타일의 다락, 거실, 방, 화장실 구조의 캐빈하우스이다. 펜션형인데, 1구짜리 인덕션이 있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가 있어 취사도 가능하다. 내가 묵은 곳은 캐빈하우스 B인데 가장 외진 곳에 있어 상대적으로 마당이 넓은 편이었다. 아래는 계곡과 평상들이 많이 보였는데, 여름에는 여기에서 물놀이도 즐기는 모양이다.

관측지 답사

도착해서는 관측지 답사부터 시작했다. 사실 오토캠핑장 같은 곳이 관측지로 적합할 리가 없긴하다. 왜냐하면 곳곳에 가로등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산에 있는 곳이다보니 나무도 많고...그래도 막상 도착해보니, 폭설 후 제설 작업이 안된 사이트 상당수가 임시 폐쇄되어 있었고, 시야는 남서쪽과 북방은 다소 막혀있는 방면, 남동 쪽이 열려 있어 스텔라리움 앱으로 시뮬을 해보니 저녁 때쯤에는 겨울철 별자리가 제법 보일 것 같았다. 나 혼자 다니는 관측이 아니고 중1, 초2 짜리 아들들과 함께 다녀야 하니, 숙박 Quality도 중요하고 또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잘 보는 것이면 충분했다. 다만 그런 곳도 가로등이 곳곳에 있어, 우선 점찍어만 두고 밤에 직접 한번 더 와보는 수밖에 없었다. 

관측지 이동

저녁을 먹고 19시경 숙소로 부터 차로 약 3~4분 정도 거리를 차로 이동을 시작했다. 캐빈하우스는 캠핑장 초입부에 있어, 가장 위쪽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식으로 보는데, 낮에 잠깐 봐두었던 '이승복 생가터' 근처의 사이트가 제설불가로 임시 폐쇄되어 있었고 그 넓은 사이트가  비어있었다. 다만 사이트 입구에 대따만한 가로등이 켜져 있었는데, 내려서 하늘을 보니 "우왁"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무려 가로등 옆에서도 겨울철 별자리들이 너무나 선명한 수준. 대략 주변을 둘러보니, 그 가로등 하나만 딱 꺼지면 좋겠는 상황. 결국은 관리 사무실에 전화해서 사정을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직접 오셔서 불을 꺼주셨다. 그거 하나 소등했더니, 아까봤던 우왁 스러운 하늘에서 두 세배는 더 별이 보이기 시작. 드디어 강원도 별맛을 볼 날이 왔다.

망원경 설치

아이들과 내려서는 우선 큰 아들에게 전 날 미리 알려준 스텔라리움 앱을 활용해서 동생과 별자리를 스스로 파악해보게 끔 해놓고, 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제설이 안된 캠핑 사이트라, 눈밭에 그대로 삼각대를 꽂아서 사용해야하는 상황. 다행히 쌓인 눈의 두께가 몇 센치 수준이라 캠핑장 데크(?)로 추정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의 추위에 대한 내성을 고려해볼 때 잘 봐야 세 시간. 딱 22시까지 본다는 목표로 가대에 경통을 올리고, 혹시 몰라 레콜을 꽂아보니, 아뿔싸...광축이 약간 틀어져있다. 오히려 잘됐다 싶어, (이제는) 능숙한 솜씨로 센터링을 시키고는, 보조 휴대폰의 Synscan App을 켠다. 북쪽이 산과 나무로 상당히 막혀있으나, 북극성 하나는 보일 정도는 되어서, North-level alignment로 정렬을 시키고는 오늘은 카시오페이아 인근부터 관측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눈밭에서 관측을 했다

대상 밝기 크기 별자리 설명
이중성단(NGC869, 884) 3.69
3.80
14.40'
10.50'
페르세우스 강원도의 이중성단은 어떨까? 이게 그렇게 멋있다고 다들 추천하는데, 내가 도시에서 봤던 것은 그냥 그닥이었어서 말이다. 하지만 왜 추천하는지를 이제는 알 것 같다. 15mm 아이피스(43x)에 딱 들어오는데, 보면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숨막힌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기분과 동시에 수많은 두 무리의 별들이 시야에 그야말로 그림같이 박혀있다.
NGC 475 6.38 7.80' 카시오페이아 일명 잠자리 성단. 마치 날아가는 잠자리 한마리가 보이는 듯한데, 밝은 별 두개가 딱 잠자리 겹눈과 유사하다. 어떤 사람들은 ET같다고도 하고, 올빼미 성단이라고도 한다는데, 내 눈에는 잠자리가 딱이다.
켐블의 폭포     기린자리 NGC 1502 성단부터 기린자리 삼각형 한 변을 가로지르는 별 무리. 솔직히 생각보다 그저 그랬는데, 쌍안경으로 볼 걸 그랬다. 목에 쌍안경을 차고 있었는데도, 그저 망원경에 너무 집착했다.
M31 3.44 177.83' x 69.66 안드로메다 이걸 이제야 제대로 보다니...화성 기천리에서 봤을 때는 그냥 뿌연 솜뭉치 같았는데, 이번에는 좀더 디테일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간...은하는 몇 분이상 관찰해야 잘 보인다는데, 너무 춥고, 애들도 보여줘야하고 그러다보니 좀 아쉽기는 했다.
M36 6.00 7.20' 마차부자리 이걸 드디어 제대로 봤다. 집 앞에서는 주변시로 간신히 식별가능한 수준이었는데, 강원도에서 보니 주변시 쓰면 너무 멋있을 정도로 별이 많다. 둘째 아이에게도 주변시 훈련용으로 제격이었다.
M37 5.59 11.40' 마차부자리 마차부 3형제 중 둘째. 소금과 후추 성단이라는데, 좀더 오밀조밀한 맛이 있다..
M38 6.38 9.60' 마차부자리 일명 불가사리 성단. 화려함은 위에 두개보다 덜하지만 뭐 약간은 그래도 불가사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은 있었다. 어쨌든. 이제껏 도심에서 계속 실패했던 대상이라 이제는 제대로 보게되어 기뻤다.
M42 4.00 90' x 60' 오리온자리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데, 이게 또 강원도에서는 어떻게 보일 지 궁금했다. 박쥐모양의 날개모양이 좀더 사진처럼 윤곽이 뚜렷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트라페지움은 여전히 6개가 아닌 4개 라는 것. 이것은 배율 한계 때문이 아닐까...생각해본다.
NGC2244 3.89 11.40' 외뿔소 크리스마트 트리 성단. 성운을 못보니깐 좀 아쉽다. 성단은 뭐 뚜렷이 잘 보인다.
천왕성 5.66 3.68" 황소자리 추위에 대한 내성이 다 떨어져 갈 무렵 철수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본 것.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색깔이 청록색인 것이 식별된다. 아이들에게도 한번 씩 보여주면서 마무리.
페르세우스 자리       그냥 이 별자리는 대학 동아리때도 한번도 제대로 식별해 본 적이 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다 봤다. 

반면에 실패한 대상도 몇 개 있다.

대상 밝기 크기 별자리 설명
M1 게성운 8.38 8' x 4' 황소 나름 야심차게 시도해봤으나, 전혀 안보인다. 3분 이상, 주변시 총동원해도 안보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안시는 최소 8인치는 되어야 보인다는...(내껀 5인치...어쩔 ㅠㅠ)
NGC 2238 장미성운 6.00 80' x 60' 외뿔소 성도 앱 상에 별들은 잘 보이는데, 역시 성운끼는 느끼기 어려웠다.
NGC 281 팩맨 성운 7.00 35' x 30' 카시오페이아 아무리 해도 안보이는데, O-III필터를 통해야만 볼 수 있단다.

이런 대상들은 뭔가 특별한 필터가 필요했던지, 아니면 구경을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한다던지, 아니면 좀더 많은 시간을 관찰해야 볼 수 있던지...대략 이런 것 같다. 그래도 공부할 거리가 더 생겼다는 것에 오히려 기쁘다. 또 사진으로 도전해 봐야겠다는 열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근데...아직도 미니피씨가.....==).

반응

첫째 아이는 내가 망원경으로 대상을 잡고 보는 동안, 아이폰 카메라로 별자리를 찍었다. 삼각대 여분과 새로 구매한 볼헤드 사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맥세이프 홀더까지 세팅해서 혼자서 야간모드로 돌려가며 이것저것 해본다. 비록 이번에는 '흐르는 별' 사진을 잔뜩 찍어놨지만, 노출, 감도 같은 개념만 좀 더 일러주면 알아서 척척 잘 할 녀석이라 걱정이 없다. 또한 "이번 관측은 5점 만점에 4.9점이야. 내 생애 최고의 관측을 했어"라고 할 만큼의 낭만과 감성을 심어줬음에 나 역시 만족스럽다.

큰 아들의 습작. 별이 좀 흘렀지만, 손재주와 감각이 워낙 뛰어난 아이라 기초지식만 넣어주면 머지않아 예술작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없다.

둘째 아이는 아직 어려서 내가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는데, 그래도 키 높이 받침대를 직접 이동해 가며 꾸역 꾸역 아이피스에 눈을 들이대고, 안경도 썼다 벗었다 하면서, 차곡차곡 "Memorize"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대견하다. 또 특유의 독서력으로 각종 어린이 천문관련 서적들을 도장깨기 하듯 독파하고 있어, 나와 꽤나(?) 별 관련 대화가 통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목성, 토성을 못 봐서 아쉬웠다는데...(행성은 집에서도 충분히 잘 보인단다...ㅎㅎ;;), 평소에 집앞에서 볼 때도 자주 데리고 나가야겠다.

 

마치며...

전반적으로 꽤나 만족스러운 관측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했고, 그들에게 내가 겪은 것 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더 강렬한 추억을  선물해 준 것 같아 너무나도 기뻤다. 관측장비들을 다시 차에 넣으면서 동쪽하늘을 보는데, 정말로 내 생애 이렇게 강렬한 겨울철 대육각형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지금 이 하늘, 이 장면을 꼭 기억해두자고 두번 세번 이야기를 했다. 

다음 번에는 또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제는 봄철 별자리들이 올라올 때가 됐다. 그 주변에 있는 구상성단들, 그리고 큰곰자리 부근의 은하들...이런 것들이 안시관측에 새로운 도전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봤던, 아니면 실패했던 대상들은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좀더 매진해 볼 요량이다. 적어놓고 보니 참으로 끝도 없다. 그래도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음에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