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2월의 관측

내로라할 좋은 관측지를 가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려면 강원도나 최소 강화도 정도의 곳을 노렸어야 하나, 날씨와 여건이 어쩜 그렇게도 빗나가는 지 모른다. 날씨가 좋으면 평일이고, 주말에는 꼭 일요일만 날씨가 좋아 출근의 압박이 있는 데다

25년 12월의 관측

천체망원경을 사고 첫 한달...

내로라할 좋은 관측지를 가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려면 강원도나 최소 강화도 정도의 곳을 노렸어야 하나, 날씨와 여건이 어쩜 그렇게도 빗나가는 지 모른다. 날씨가 좋으면 평일이고, 주말에는 꼭 일요일만 날씨가 좋아 출근의 압박이 있는 데다가 이제는 나이도 적잖은 40대 후반 직장인으로서는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직 관측 초보인 나에게 걸맞는 수준의 관측지를 찾아봤어야 했고, 그 중에 몇 군데 가본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12월 21일(일): 경기도 화성 탄도항 캠핑장 부근 개활지 (Bortle Scale 6.3)

지도 앱 거리뷰를 샅샅이 뒤져 찾아내고 사전 답사를 거쳐 야심차게 간 관측지. 전형적인 농촌의 개활지인데, 왕복 2차선 차로변에 중간중간 농업용 도로로 들어가는 곳이 있어, 그쪽으로 주차하고 그 뒤에 망원경을 세팅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방이 다 열려있어 개방감은 좋았는데... 문제는 광해. 서쪽은 괜찮은데, 북쪽이 안산 방향이라 그런지 엉망이다. 이 정도 하늘에서 작은곰자리가 북극성 하나밖에 안보이다니... 그래도 대략 남쪽에 워낙 좋고, 겨울철 별자리들이 동쪽에서 목성과 함께 떠오르고 있어서 하늘 자체는 화려했다.

알비레오 두 개의 이중성이 꽤나 잘 분해됐고, 색깔의 대비가 아름다웠다.
M15 구상성단 중심부가 빽빽하다는데, 그저 뿌연 정도만 보인다. 구경의 한계인가
M39 산개성단 이거는 좀 볼만했다. 나름대로 별이 많이 모여있었다.
M45 산개성단 플레이아데스 성단. 작은 아들의 최애 대상. 이거는 보고 가야한다고...32mm 아이피스로 봐야 한 시야에 들어온다.
M42 성운 오리온 대성운. 이제는 우리 애들도 이 정도는 알아볼 정도로 뿌연 나비모양 구름이 꽤 괜찮다.
시리우스 큰개자리 알파. 이거 정말 보석처럼 이뻤다. 점상도 목성만큼은 아니지만 큰 편에 속하고, 뭔가 색깔이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목성 작은 아이가 목성을 드디어 직접 본 날. 두 개의 벨트까지는 아주 잘 보이고, 위성들도 점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상은 아쉽게도 힘들었는데, 뭔가 고투기능 얼라인이 틀어지면서, 서쪽 대상 이후부터는 경통이 바닥으로 쳐박는 문제가 발생. 배터리 전압강하로 2-star 얼라인이 계속 실패하면서 좌표가 틀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잘 되다가 그런 걸로 보아, 정말 건전지가 다 되서 그런 것으로 잠정 결론.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들 둘과 처음으로 6급지 정도의 하늘에 도전해본 날로 의미가 있었다.

12월 23-24일(화, 수): 경기도 화성 청요리 태봉산 등산로 입구 (Bortle Scale 7.5)

왠지 모르게 등산로 입구라면 주차 공간이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트여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찾다가 알게된 곳이다. 막상 가보니, 서쪽은 훤히 뚫려있고, 동남은 좀 막혀있다. 북쪽은 북극성을 볼 수 있어, 그래도 극축을 맞추는 데는 수월한 장소. 이 쪽은 서쪽으로 지는 대상들을 오래보기 위해 가면 좋을 곳이다(물론 광해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이때 역시도 고투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Brightest-star alignment만 하면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가대 때문에 속이 터진다. 한번은 큰 아이와 다음 날은 작은 아이와 아내와 왔기에 간신히 수동으로 호핑하면서 몇가지 이중성과 오리온 대성운 등 봤던 대상만 봤다. 그나마 24일에는 초승달이 지고 있었고, 아내와 아이 둘다 적당한 밝기와 꽤나 고결한 두께의 달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순간이었다.

 12월31일(수) 새벽 경기도 화성 청요리 태봉산 등산로 입구 (Bortle Scale 7.5)

연말 휴가를 보내다 날씨가 좋은데 월령은 썩 좋지 않았던 때, 그러나 새벽 4시 20분에 달이 진다는 것을 보고는 전날부터 짐을 미리 다 싸놓고, 새벽4시에 기상해서 홀로 출발했다.

아마존 구매 40인치 망원경 가방. 일단 커서 좋다 이것저것 다 들어가니, 저거 하나만 들고 나가면 된다

처음으로 혼자서 별을 보러 가는 건데, 뭔지 모를 긴장감이 엄습한다. 뭐가 두려운 걸까...따져보니 첫째, 귀신은 존재하지 않으니깐 안무섭다. 둘째, 그러면 사람이 무섭나...기온이 영하 7도인데, 해코지할 사람이 그것도 새벽 4시에 거기에 있을 가능성이 있나? 없다. 이것은 짐승도 마찬가지...그러면 두려울 게 없어야하는데, 근데 이게 또 다시 첫번째로 되돌이표가 되며, 약간(?)은 떨리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내려서 하늘을 보자,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간다는 거는 말이 안된다. 생각을 멈추고 망원경 가방을 여는 행위에 집중했다. 결국 망원경을 설치하고 나니 더이상은 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관측 시작.

고투기능이 건전지 전압강하 문제일 것으로 보고, 외장배터리까지 준비해갔는데, 뭔가 되다가 또 안된다. --;;;; 결국 예비로 챙겨간 새 건전지 AA 8개로 교체했더니 갑자기 또 잘된다(아마도 이거는 네트워크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 와이파이 켠채로 핫스팟 잡는 등...).

이 날의 가장 큰 성과는 드디어 M44 프레세패 성단을 본 것이다. 처음에 게자리 인근에 있는 M67 산개 성단을 먼저 봤는데, 이것도 꽤 괜찮아서 혼자서 감탄을 했는데, 그 다음에 M44를 보니 67은 저리가라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M44 프레세패 산개성단 여태껏 봤던 산개 성단 중에 젤 예뻤다. 밝기도 꽤 밝고 별 갯수도 많다. 산개성단의 맛은 뭔가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M67 산개성단 이것도 M44만큼은 아니지만, 감탄할 만한 수준의 조밀도가 있었다
M35, 36, 37 산개성단 이것들은 다 별로였다. 내가 못 잡은 건지, 광해때문인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M3 구상성단 동쪽편이 약간 열려서 볼 수 있었던 Arcturus 위쪽에 위치한 구상 성단. 생각보다 좀 어두웠다. 그냥 뿌연 구름느낌. M13을 봤어야했는데, 동편 산등성이 방향에 나무에 걸려서 보지 못했다.
북두칠성 이거 일곱게 다 본게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미자르 이중성도 망원경으로 가볍게 봐줬다.

약 한 시간 정도 홀로 관측 후, 발이 너무 시려서 결국 철수. 돌아오는 길에 지난 번에 큰 아이와 갔던 기천리 쪽 관측지 주변을 좀더 돌아봤다. 망원경을 안꺼내도 되니 그냥 농업용 도로에 잠깐 차를 세우고 몇 군데를 돌아보는데, 꽤 유망한 곳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잠깐 쉴 수 있게 데크를 길 옆으로 파놓은 공간이 있는데, 제법 넓어 망원경 관측을 하기에는 좋다.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이 꽤 잘 뚫려있는데다가 근거리에 가로등도 없다. 실제 별을 봐보니 (새벽인지라) 동쪽으로 봄철 대삼각형을 필두로한 별자리들도 꽤 잘 보였고, 북쪽도 괜찮은 편. 다만 주차공간이 좀 애매했는데, 딱 차 한대 다닐 도로라 길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나중에 주변을 좀더 낮에 둘러봐야겠다. 야간에 길막이 괜찮을 만한 곳인지, 아니면 주차할 곳이 있는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