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망원경이 왔다
11월 18일에 주문을 했고, 통관 등을 거쳐 11월 30일에 주문한지 정확히 12일만에 모든 패키지를 받았다. 경통, 마운트, 삼각대...이 세가지가 천체망원경의 핵심 부품이며, 생각만큼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했다. 경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1월 18일에 주문을 했고, 통관 등을 거쳐 11월 30일에 주문한지 정확히 12일만에 모든 패키지를 받았다. 경통, 마운트, 삼각대...이 세가지가 천체망원경의 핵심 부품이며, 생각만큼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했다.
경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엄청 무겁고 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약간 다행(?)이었다.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휴대성이 떨어져 몸이 힘들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삼각대 역시도 휴대 길이가 생각보다 크지않아 다행이었다. 다만 번들아이피스는 좀 과도하게 큰데, 2인치 규격이며, 성능이 크게 뛰어나지는 않아,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또한 1.25인치 아이피스가 범용으로 더 많이 팔리고, 별 관측은 기본적으로 저배율과 고배율을 넘나들며 대상을 관측하는 게 일반적이라, 갈아끼울 때 어댑터도 같이 바꿔야 해서 매우 번거로울게 뻔하다.
그래서 번들 외에, 중배율(15mm), 고배율(9mm) 그리고 2배 바로우 렌즈까지를 가성비 중국 브랜드인 Svbony것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미리 구비했다. 또한 광축조정에 대비한 레이저 콜리메이터(Collimator)와 행성카메라 Player One MARS-C II 까지 미리 다 주문을 했고, 다 배송이 잘 되었다.
첫 관측(25.11.30.일.)
배송이 완료된 11/30일 그날 밤, 전 날 연천 재인폭포 캠핑에서 별을 많이 보지 못한 아쉬움도 달랠 겸, 또 시운전 겸 첫 관측을 거실에서 시작했다(확장형 거실이라 베란다가 없다). 정 남향 집이긴 해도, 건너편 아파트와 여러 도심 구조물들로 인해 시야는 별로 좋지 않은데, 다행히 달이 보였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암튼 덕분에 팔을 비틀어가며, 수동 호핑으로 달을 잡고, 가족들에게 보여주는데...다들 입이 떡 벌어진다. 그동안은 (그래도 10배 배율의) 쌍안경으로 본게 전부였는데,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달은 그 스케일과 디테일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막상 거실에서 관측을 해보니 이것도 꽤나 할만하다. 물론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남중하는 별자리들이 있고, 고도제한도 있지만 잘만 계산하면 어떻게 방법이 나올 것도 같다. 물론 경험이 좀더 쌓여야 할것이다.
두번째 관측(25.12.01.월.)
첫번째 관측의 아쉬움을 뒤로 한, 바로 다음 날도 역시 하늘이 맑고 좋다. 이제는 처음으로 바깥으로 망원경을 들고 나가본다. 내친 김에 맥북과 행성 카메라도 챙겼고, 두꺼운 패딩에 장갑까지 풀셋으로 장착하고는 망원경을 삼각대에 붙인 채로 어깨에 매고 집을 나섰다.
우선은 달 부터 겨눠본다. 달 정도는 쉽다. 그리고 잘 보인다. 이제는 사진으로 찍어볼 차례, 행성카메라를 맥북에 연결하고, FireCapture앱을 열었는데...아무것도 안나온다. 그저 까만 화면만 보일 뿐...미리 제미나이에게 얻은 달 촬영 필요한 세팅까지 전부 했는데도, 아무것도 안나온다. 흑...이걸 어쩌나. 그런데 이리저리 망원경을 살짝살짝 건들여보니 뭔가 뿌옇고 노오란게 살짝살짝 화면 끝에 걸쳐진다(나중에 깨달았지만, 파인더 정렬이 안되서 그런거다). 다시 정신을 모으고 포커스를 조정해가며, 뿌옇고 노오란 쪽으로 망원경을 툭툭쳐보니, 드디어!
두둥~! 맥북 화면에 실시간으로 이런 달 덩이가 등장!!
내가 가진 행성카메라는 센서 크기가 행성관측용으로 나온 거라, 시야가 매우 좁다. 그래서 달을 촬영하면 엄청 크게는 나오는데,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다.
그 상태로 30초 촬영버튼을 누르고, 나중에 Siril에서 10%의 고퀄 사진들(약 200여장)만으로 stacking하니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고난의 시작
달 촬영의 기쁨도 잠시, 이제는 토성에 도전해 볼 차례. 그런데 아무리 해도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는다. 저배율부터 고배율까지 아이피스를 바꿔가며 해봐도 뭔가 마지막 포커스 조절이 안되고, 상이 뭉게지는 느낌. 아무리 해도 안되니,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와서 다시 제미나이와 상담 시작. 결국 이것은 광축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반사망원경의 숙명이랄까? 대구경과 그에 따른 집광력을 얻는 대신, 지속적인 광축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어딘가에서 망원경 새거 사도 배송 오는동안 다 틀어져서 결국 새로 잡아야 한다는 말을 본 기억이 났다. 우선 광축상태부터 확인해보기 위해 미리 구매한 레이저 콜리메이터를 장착해보았더니...
역시나 사경에서 나온 레이저 빛이 주경 센터 마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또 주경에서 다시 사경 쪽으로 나오는 빛도 가는 빛과 일치하지 않아 빨간 점이 하나 더 보인다. 미리 공부한 광축조정법에 따라 사경 조절나사를 보니, 아...왠걸 2mm 육각 렌치가 필요한데, 집에는 그게 없다. 3mm짜리가 최소. 결국 쿠팡 로켓배송으로 2mm짜리를 구매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고난의 연속(25.12.2.화. ~ 12.4.목.)
다음 날 육각렌치가 배송되었고, 퇴근 후 다시 광축조정에 도전. 제미나이가 알려준 대로 열심히 해보는데, 어떻게 해도 사경쪽 조절이 완벽하지 못하다. 센터 마크 선상에는 어렵게 올렸는데,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죽어도 안된다. 다시 여기저기 서치를 해보니, 사경 쪽 나사 조절은 회전각도 조정을 위한 것이고, 상하 이동도 조정이 필요한 것, 이를 위해서는 중앙 십자 나사를 풀어야하고, 그것은 또 레이저 콜리메이터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구-체사이어 아이피스가 있어야 한다고...흑...삽질의 연속이다. 우선은 알리에서 다시 체사이어 아이피스를 주문을 넣고는 일단은 눈대중으로라도 어떻게 해보자는 심산으로 중앙 나사를 풀었다. 중앙나사는 그냥은 또 안풀리고, 3개의 육각 나사를 모두 풀어야만 풀리는 기이한 놈이었다. 어쨌든 이런 모든 것을 새롭게 알아가고, 눈 대중과 손으로 사경을 붙들고 사투(?)를 벌인 끝에, 드디어(3일만에) 레이저 불빛을 센터마크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경통 뒤 쪽 주경 조절 나사도 조절하여 과녁판 같이 생긴 것 안으로 빛이 쏙 들어가게 끔 만들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글로는 몇 줄 안되는데, 사실 화, 수, 목 삼일을 꼬박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몇 시간 씩을 삽질을 했어야 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자료를 찾고, 제미나이와도 수없이 대화를 나누며...등등.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본 목성(25.12.05.금.)
화, 수, 목 3일을 꼬박 광축 맞추는 데만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날 새벽. 혹시나 해서 새벽에 창문을 열어보니, 왠 걸.....목성이 찬란하게 떠있다. 오늘은 이거다 싶은 심정으로 감기걸려 엄마랑 안방에서 잠든 둘째 아이 방(여기는 베란다가 있다)으로 새벽 다섯시에 망원경을 매고 들어갔다. 광축 사투에 지쳐 크게 기대는 안한터라 중배율(15미리) 아이피스랑 2배 바로우만 달랑 호주머니에 넣고 패딩으로 몸을 싸매고 관측 시작. 이게 거의 천정쪽이고 측면이라 각도가 드럽게 안나온다. 어떻게 어떻게 파인더에 목성을 집어넣고, 거기에 맞춰서 온몸을 비틀어서 간신히 아이피스에 눈을 들이댔는데....와!!!!!!!!!!!!!!!!!!!!
영롱하기 짝이없는 목성과 네개의 위성이 가로로 줄 지어 있다. 포커서를 돌려보니 초점도 잘 맞고, 보다보니 목성 표면의 두 줄 띠도 얼핏 얼핏 보인다. 광축이 드디어 맞춰진 것이다. 대학교 때 동아리 망원경으로 봤던 게 마지막 목성 관측이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일거에 되살아난다.
금요일 밤의 토성
퇴근 길...달도 밝고 하늘도 쾌청하니 다시 저녁을 먹고는 망원경을 챙겨 아파트 놀이터로 향한다. 토성이 건너편 아파트 꼭대기 층보다 살짝 위에 있는 터라 다른 건 제끼고 우선 토성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광축이 맞았으니 이제는 토성도 보이겠지하는 마음으로 15미리로 가운데에 몰아넣고, 곧바로 9미리 + 2배 바로우로 넘어갔다. 다행히 시야에 흐릿한 동심원이 보였고, 떨리는 마음으로 포커서를 돌리는데....와!!!!!!!!!!!!!!!!!!!! ㅜㅜ
드디어 토성이 나왔다. 몇 주전 안성 캠핑장 근처 천문관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마치 실로 만든 보석처럼 고리가 반짝거렸고, 보면 볼 수록 매력이 터지는 천체다. 얼른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남은 과제
사진 촬영
여기까지도 어렵게 어렵게 왔는데, 여전히 행성카메라 활용을 못하고 있다. 원인은 어이없게도 파인더 정렬이 안되서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망원경 배송 직후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처음이라 잘 몰라서 정밀하게 안되기도 했고, 겨울이라 주간에는 (회사에서 일해야 하니)할 수가 없으니깐, 그냥 대충 맞추고는 봐왔다. 그러니 접안부에 직접 연결하는 행성 카메라(가뜩이나 시야도 좁은 건데)에 뭐가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하다. 이번 주말에는 낮에 이거나 좀 해봐야겠다.
고투 기능 활용
고투(Go-To)기능 숙달. 적도의가 아니라 극축 정렬은 불필요하지만, 그래도 북쪽으로 경통을 향해놓고, 밝은 별 두 세 개로 얼라인은 해야한다. 주중 야외 관측 때 몇 번씩 시도는 해봤지만 도심에 주변 건물때문에 시야도 안 좋고 광해도 심해 의외로 정렬 작업을 위한 밝은 별 두 개 찾기가 무지 힘들다. 그러니 기껏 고투 기능 있는 마운트를 가지고도 활용을 못하고 있다. 물론 초보의 심정으로 Full 경위대 식으로 쓰면서 어느 정도 호핑하는 것도 늘고는 있는데, 그래도 이 추운 날 하려니 너무 힘들다.
편의성 개선 개조작업
이제는 남들 다 하는 개조 작업도 몇 개 필요하다.
첫째, 우선 마운트와 삼각대를 이어주는 연장 히프에 테프론 와셔를 끼우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커스텀 사이즈 제작판매처가 있어서 히프 사이즈에 맞게 외경 70미리/내경 10미리 테프론 와셔를 구매했고, 바로 장착해보았다.
이걸 왜하냐 싶을 텐데, 내가 구매한 AZ-GTi마운트는 상하 이동(위도)은 꽤나 부드러운 반면, 좌우 이동(경도)은 다소 뻑뻑한 편이다. 그래서 이거를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고무와셔 위에 테프론 와셔를 끼웠더니, 역시나 꽤 부드러워졌다.
두번째 필요한 개조는 사경 광축조절 나사를 교체하는 것이다. 순정은 육각렌치를 속에 집어 넣어서 해야하는 방식인데, 이걸로는 어쩌면 자주(?) 해야 할 광축 조정 작업에 상당한 피로감을 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선지자들이 손나사로 교체하는 경험을 공유해놓았다. 필요한 손 나사(thumb screw)는 알리에서 주문했고, 다음주 쯤 배송이 되면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회사는 회사대로 외국 임원 방문 때문에 엄청나게 바빴는데, 퇴근 하고 오면 또 내 취미 생활 살려보겠다고 저녁 & 새벽 시간을 꽉 차게 보냈다. 그래도 뭐하나라도 해내면 성취감에 기분이 좋고, 그런데 그렇게 성취한 게 영롱한 밤하늘 천체를 보는 일이다 보니 그냥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고, 힘들게라도 보고 있자면 마냥 기분이 좋다.
천체 관측 취미는 확실히 (뭐든 그렇겠지만) 특히 진입장벽이 꽤 높다는 게 실감된다. 그래도 지금이 AI 시대라 그런지, 물어보면 제깍제깍 답을 구할 수 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유해 놓은 정보가 넘쳐나니 그럭저럭 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직도 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 그리고 그런 기분을 이제는 알게 해 줄, 또 공감해 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