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나지 않을 "부활" 40주년 콘서트 - 고양 아람누리

봄기운이 막 올라오던 3월, 아내의 갑작스러운 제안(?) 하나. "부활 콘서트, 예매완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부활" 40주년 콘서트 - 고양 아람누리

봄날의 제안

봄기운이 막 올라오던 3월, 아내의 갑작스러운 제안(?) 하나.

"부활 콘서트, 예매완료"

일산 나들이, 그리고 옛 동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찐 팬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큰 누나 덕에 어깨너머로 들었고, 대학 선배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기억 정도. 그래도 히트곡은 꽤 알았고, 후기를 찾아보니 익숙한 곡 위주라 망설임 없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중2, 초3 두 아들이 아는 노래라곤 아이유가 커버한 〈Never Ending Story〉 정도. 예매 후, 주말 외출할 때는 애플뮤직의 부활 인기곡 섹션에 들어가 '예습'을 시키고, 그래도 "정통 록 밴드 공연을 보여준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온 가족이 일산으로 향했다. 신혼 때 잠깐 살았던 탄현동 풍림아파트도 가보고, 마침 선 장터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배도 채우고.

흐릿한 기억, 선명한 그리움

공연장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인파가 많았다. 40~60대가 대부분인 관객석에 초등생을 데려온 집은 우리 뿐인 것 같았다.

인트로 영상이 시작됐다. 1집부터 최신 14집까지 타이틀곡을 4~5초씩 이어 붙인 40년의 압축. 어릴 때 라디오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생소한 곡들이 몇 개 지나고, 〈사랑이란건〉〈비밀〉에서는 가사가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따라 불렀다. 그리고 1부 말미, 〈사랑할수록〉이 흘러나왔을 때 — 이유도 모르게 지금은 고인이 된 옛 사람 하나가 떠올랐다. 그때 노래방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은 이미 흐릿해졌지만, 그리움은 선명했다. 이 곡이 3대 보컬 故 김재기의 사고 직전 데모 트랙을 그대로 발매한 사연 깊은 노래라는 것도 새삼 떠올렸다.

'반딧불' 덕에...

1부 마지막 곡 이후 초대 가수로 황가람정홍일이 올랐다.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에서 작은 아들이 갑자기 따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50대 관객들 사이에서 우리 부자만 신나게 노래하는 꼴이 좀 민망하기도, 웃기기도 했다. 제대로 아는 노래 하나 없는 공연장에 데려온 게 마음에 걸렸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까지 들려준 셈이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2부는 밴드 리더 김태원의 솔로 무대로 시작됐다.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에게 보컬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수십 년의 음악 인생이 고스란히 밴 그 목소리에선 묘한 경외감이 느껴졌다.

추억 속의 "희야", 완전히 다른 노래로

하이라이트는 보컬 박완규의 메들리였다. 사랑해서 사랑해서〉→〈Lonely Night〉→〈희야(록 버전)〉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 — 처음 부활을 알게 됐을 때 들었던 〈희야〉가 빠른 록 버전으로 완전히 다른 노래처럼 쏟아졌다. 옆에서 처음 들어본 큰 아들도 연신 박수를 쳐댔고, 그걸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공식 마지막 곡 〈Never Ending Story〉는 초등생 막내도 함께 따라 불렀다. 앵콜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재앙콜로 〈회상 Ⅲ〉까지.

언젠가 또, 부활...

50을 넘긴 록 보컬 박완규의 더욱 완숙해진 고음, 50~60대 멤버들의 여전히 활기찬 연주. 아직 40대 후반인 내게는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 나이에 락이라니, 철없다 싶다가도 — 오히려 그 철없음이 스스로를 깨어 있게 하고, 동시대 사람들에게도 공연을 통해 에너지를 건네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가슴 속에도 "점" 하나는 심어줬겠지?